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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사 이야기

8화: 인간 존엄의 파괴 - 민청학련 사건과 살아남은 자의 고통 ⚖️

by 아리파파 2025. 8. 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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8화: 인간 존엄의 파괴 - 민청학련 사건과 살아남은 자의 고통 ⚖️

안녕하세요.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, 그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. 지난 시간에는 독재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는지, 그 끔찍한 실상을 들여다보았는데요. 오늘은 그 고문 기술자들이 만들어 낸 '결과물', 즉 거대한 조작 사건이었던 민청학련 사건과 그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.

인간 존엄의 파괴 - 민청학련 사건과 살아남은 자의 고통 ⚖️

📜 '불온세력'이라는 각본, 그리고 거대한 연극

1974년,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, 박정희 정권은 위기감을 느낍니다. 그리고 이 학생 운동을 한 번에 잠재우기 위한 거대한 음모를 꾸미죠. 바로 '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(민청학련)'이라는 단체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, 완전히 날조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.

중앙정보부는 이 각본에 맞춰 전국의 학생, 지식인, 종교인 등 1,024명을 조사하고, 그중 180여 명을 구속했습니다.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끔찍한 고문이 바로 이 '자백'을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. 좁고 어두운 고문실에서, 평범한 학생들은 공산주의 혁명가로, 민주주의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국가 전복 음모로 둔갑했습니다. 이것은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,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꿰맞추는 한 편의 잔혹한 연극이었습니다. 🎭

⚖️ 18시간 만의 사형 집행, 사법 역사상 최악의 날

고문으로 만들어진 조작된 증거들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. 하지만 법원 역시 진실을 외면했습니다.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, 변호인의 변론은 철저히 무시당했죠. 심지어 형량을 미리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'정찰제 판결'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.

특히 이 사건과 엮인 '인혁당 재건위 사건' 관련자 8명에게는 사형이 선고되었습니다. 그리고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지 불과 18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,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.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할 시간을 주지 않은, 명백한 **'사법 살인'**이었습니다. 국제법학자회는 이날을 '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'로 선포하며 비판했습니다.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의 이름으로, 스스로 국민을 죽이는 끔찍한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.

💔 "빨갱이 자식", 끝나지 않은 고통의 대물림

사형을 면하고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의 삶도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. 그들은 '빨갱이'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살아가야 했습니다. 중앙정보부의 감시는 그림자처럼 평생을 따라다녔고,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. 사회는 그들을 위험인물로 취급하며 철저히 고립시켰죠.

더욱 가슴 아픈 것은 그 고통이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되었다는 사실입니다. 피해자들의 자녀들은 학교와 동네에서 "빨갱이 자식"이라 불리며 손가락질당하고 따돌림을 당해야 했습니다. 아버지가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린 나이에, 그들은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. 국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, 한 가족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. 😭

이렇게 민청학련 사건은 독재 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비열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습니다. 다음 시간에는 경제 성장의 그늘 아래 가려졌던 또 다른 약자,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과 저항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.